환자 몸에 있는 T세포(면역세포)를 조작해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는 ‘꿈의 항암제’가 국내에 들어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일 노바티스가 만든 세계 첫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사진) 사용을 허가했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받은 지 4년 만에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2회 이상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는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및 25세 이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ALL)를 대상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킴리아는 기존 항암제와는 작용 기전이 완전히 다른 치료제다. 암을 없애기 위해 바깥에 있는 물질을 갖다 쓰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킴리아는 자기 몸속에 있는 T세포를 활용한다. T세포가 암을 제거하기에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문제는 ‘영리한’ 암세포가 공격 대상이 아닌 것으로 착각하게끔 ‘멍청한’ T세포를 속인다는 데 있다. T세포가 손 놓고 있는 동안 암세포는 온몸에 퍼져나간다.
노바티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조작기법을 활용했다. 환자의 피에서 T세포를 추출한 뒤 공격 대상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식하도록 유전자 정보를 입힌다. 공격 대상이 입력된 T세포를 대량 배양한 뒤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한다. ‘똑똑해진’ T세포는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찾아 공격한다.
치료 효과는 획기적이다. 노바티스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함께 성인 재발성·불응성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시험에서 53%가 킴리아 투여 3개월 뒤 약에 반응했다. 39.1%는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 33%는 2년이 지나도 재발하지 않았다. 치료 대상이 두 차례 이상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에 실패해 기대수명이 3~6개월에 불과한 환자라는 점에서 ‘꿈의 항암제’란 별명이 붙었다. 소아 재발성·불응성 ALL 환자는 암이 완전히 사라진 비율(완전관해 비율)이 82%에 달했다.
킴리아의 또 다른 장점은 ‘원샷 원킬’이다. 기존 DLBCL 치료제는 5~6종의 항암제를 2~3주일 간격으로 6~8회 투여하지만, 킴리아는 단 한 번 주입으로 끝난다. 환자의 몸에서 뽑아낸 T세포를 쓰는 덕분에 상대적으로 부작용도 덜한 편이다.
CAR-T가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의 ‘핫 아이템’이 된 이유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혈액암뿐 아니라 췌장암 간암 등 고형암에도 CAR-T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1인 맞춤형 항암제이기 때문에 치료비(미국 기준)가 5억원에 달한다. 건강보험 비급여라서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내년께 보험을 적용받게 되면 환자부담액은 수백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는 노바티스가 인증한 세포배양 시설이 없어 T세포를 미국으로 옮겨 증식한 뒤 다시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